'새해 첫 기적' - 반칠환(1964~ )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황새가 말이 거북이.달팽이가 굼벵이가 바위가 그리고 사람이 맞이하는 이 시간은 각각의 몸에서 제 각각의 심장 소리로 뛸 것이지만, 새로운 시간은 모든 생명 앞에 늘 나란히 놓여 있다. 시간 앞에 모든 생명들이 공평하게 마주 앉아 있다. 날아가듯 빠르게 가든지 혹은 기어가듯 아주 느리게 가든지 그것이 무에 그리 중요할 것인가. 우리는 예의 몸을 갖고 예의 길을 또 나서는 것이니, 다만 올해는 곁도 두고, 옆을 보살피고, 숨김없이 내놓으며 화해하고, 어수룩한 사람을 더욱 사랑하자.
<문태준 시인>
◆필자 약력=▶1970년 경북 김천 출생 ▶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맨발'▶미당문학상.동서문학상.노작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