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풀의 편지 4 - 김승희 (1952~ )
사랑이여.
나는 그대의 하얀 손발에 박힌
못을 빼주고 싶다.
그러나
못 박힌 사람은 못 박힌 사람에게로
갈 수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가슴과 손발에 못이 박힌다. 일찍이 예수도 사랑 때문에 손발에 못이 박혔다. 그러니 어쩌랴. 못 박힌 사람이 못 박힌 사람의 못을 빼주러 가야 한다. 내 고통을 돌보기 전에 사랑하는 이의 고통을 먼저 돌보러 가야 한다. 그게 사랑이니 어쩌랴.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