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수련 - 채호기 (1957~ )
밤하늘은 어두운 연못
젖은 별처럼 수련은
검은 수면에 불을 켠다.
흰빛,
그것은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리는 수영선수처럼
곧장 눈으로 뛰어든다.
그 소란에 잠시 밝았던 눈이
다시 어두워진다. 술렁임도 멎고
다시 잠잠해진다.
캄캄한 머리를 뒤적거리다
어디엔가 부딪히면
수련인가 하고 얼른
눈을 뜬다.
수련은 뿌리를 내린 물이 아무리 더럽다 하더라도, 도시의 온갖 오물이 흘러들어 와도 맑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죄 많은 세상에 그래도 죄 없는 아기들이 자꾸 태어나는 까닭은, 악한 세상을 그래도 선이 이끌어나가는 까닭은, 밤하늘에도 별들이 수련으로 고요히 피어나기 때문이다.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