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 김사인(1956~ )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를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 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니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였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육체는 언제나 영혼을 용서한다. 아무리 영혼이 육체를 힘들게 할지라도 육체는 영혼의 순결한 뜻을 따른다. 그러나 가난한 영혼이여, 더 이상 육체를 힘들게 하지 마시라. 겨울이 오면 따뜻한 이불 하나 덮어주시라. 아무리 인생이 노숙이라 할지라도.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