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박해석 (1950~ )
고마워해야 하리라
무릎 한 켤레
온갖 뼈마디 부서져도 쉽게
낮아질 수 없는 우리에게
무릎 너희 있어
땅에 무릎 꿇고 거기 입맞추게 하는
두 손으로 공손히 세상 한번 받들어올리는,
신은 멀어도
그의 숨결 너나들이하는
해진 무릎 한 켤레
흙으로 돌아가 발 뻗고 잠들기까지
모름지기 우리는 그를 고마워해야 하리라
대웅전에 들어가 엎드려 절을 할 수 있는 것도, 성당에 들어가 두 손 모으고 기도할 수 있는 것도 다 우리에게 굽힐 줄 아는 무릎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런 무릎이 없다면 우리는 그 얼마나 오만해질 것인가. 세월이 갈수록 겸손하게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가 더 아름답다.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