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노향림 (1942~ )
가는 해와 오는 해 사이
묵묵히 고개 숙여 수많은 생각을 하고
수많은 행복이 자갈돌들로 깔려서
반짝이며 있는 곳
아이들이 무성생식(無性生殖)의 열매 같은 젖멍울을 내어놓은 채
제기차기를 하며 한가하게 놀고 있는
근심 없는 카드 한 장의 빈 터
한 해가 저물어갈 때 서로 카드를 보내며 안부를 묻는 일도 점차 소원해지고 있다. 올 연말엔 아이들이 제기차기하며 근심 없이 놀고 있는 카드 한 장이라도 서로 주고받았으면 좋겠다. 그 카드 속에 들어가 아이들하고 같이 제기차기를 하거나 연을 날리면서 근심 없는 한 해를 보낼 수 있게 되기를….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