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 김수우 (1959~ )
장닭이 개밥을 먹는다
밥그릇 뺏으려 와르릉, 덤비는 개
장닭이 볏을 세우며 눈을 부라린다
후두둑 펼치는 날개, 쪼아대는 부리에
깜짝 놀라 뒷걸음질치는 개
오로롱, 속울음 이빨에 걸리고 만다
닭은 풀려 있고
개는 사슬에 묶여 있다
아참, 마당에 무슨 꽃을 심을까?
왜 남의 밥을 빼앗는가. 꼭 그렇게 혼자만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는가. 서로 나누어 먹는 세상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인가. 남의 밥그릇이라 하더라도 불쌍한 생존의 밥그릇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부당하게 묶여 있는 개의 밥그릇을 빼앗아 먹는 장닭은 반성하지 않는데, 마당에 꽃을 심으면 그 꽃이 진정 아름다울 것인가.
정호승<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