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 - 윤성도(1946~ )
나의 기도가
처음 말 배우는 어린아이처럼
서투르게 하옵소서
나의 기도가
콩나물 시루에 붓는 작은 물 같이
소리 나지 않게 하옵소서
농부의 발자국 소리 듣고
보리 이삭이 자라듯
나의 기도가
부지런한 농부의
발자국 소리 되게 하시옵소서
누구나 기도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종교를 지니고 있든 없든 누구나 기도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데 문제는 기도 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이다. 가난한 영혼을 위해서는 기도하지 않고 살찐 육체를 위해서는 기도한다는 것이다. 이웃을 위해서는 기도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는 기도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는 길어질 수밖에 없고 소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요구가 많은 기도는 기도가 아니다. 기도는 결국 절대자를 통해 자기 자신에게 하는 것이다. 프란체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를 다시 한번 성찰해볼 때가 되었다. 짧은 기도가 하늘에 닿는다면, 아마 이 기도는 하늘에 닿았을 것이다.
정호승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