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중심은 늘 斜線이다 / 허청미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단단하다
그 계단을 밟고 나는 날마다 전동차를 탄다
전동차 속 바닥이, 천장이 흔들리고
의자와 손잡이가 흔들리는 속에서
나는 흔들리고 있다
때로는, 육중한 지상의 강다리를 흔드는
전동차 안에서 나는 보았다
강물이 유속을 따라 결이 되는 것을
빛으로 자맥질하다 익사하는
황홀한 윤슬의 마지막 섬광을
흔들리다 기울어지는 수많은 직립의 영장靈長들이
문이 열릴 때마다 슬어 놓은 알들이 된다
차가운 바닥에 부려진 것들의
중심은 모두 사선斜線이다
나는 꼿꼿하게 중심을 잡아보지만
자꾸만 내몸은 앞으로 굽어져
관성의 법칙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매번 출구로 올라가는 돌계단은 출렁다리처럼 흔들려
햇빛 쏟아지는 지상에서 여전히 기우는 내 중심
길들이, 가로수가, 편의점까지
곧게 서 있는 것들 하나도 없다
나는 세상 속으로 흐르는 결이다
내 안에는 아직 쓰러지지 않은
피사의 사탑斜塔이 있다
엇박자로 흔들릴 때 부딪치기도 하는
내 중심은 늘 사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