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조약돌들은
지금
세상의 모든 조약돌들은
저마다 하나만의 희망을 꿈꾸고 있다
사랑하는 이의 주머니 속에 들어가
정다운 손으로 만져질 수 있기를
아니
더 이상 숨쉴 수조차 없이
온통 감싸여 달아오르는
한 개 기쁨이 되기를
하지만 세상의 모든 조약돌들은
저마다 저마다의 슬픔에 파닥거리며
조금씩 닮아져간다
나의 얼굴이 아닌 얼굴
너의 얼굴이 아닌 얼굴로
서로 기대어
잠시 낯선 체온을 나누어 갖는
서글픈 봉별(逢別)의 순간들
그 틈새에 모래가 되어
흩어진다
지금 세상의 모든 조약돌들은
목마르게 기다리고 있다
무서운 망각의 저쪽
어둠으로 사라지기 전
저마다 제 이름이 조약돌이라고
누군가
단 한번 그렇게 나직이
불러주기를
詩/이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