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 오탁번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그전 같지 않다
삼겹살 곱창 갈매깃살 제비추리
두꺼비 오비 크라운
아리랑 개나리 장미 라일락
비우고 피우고 노래했는데
봄 여름 내내 가을 저물도록
얼굴 한 번 못 보다가
아들딸 결혼식장에서나
문상 간 영안실에서나
오랜만에 만나 인사를 나누지
오늘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날까
영영 오지 않을 봄을 기다리듯
다 헛말인 줄 알면서도
자주자주 만나자
약속하고 헤어지지
그래그래 마음으로야
좋은 친구 자주 만나
겨울강 강물소리 듣고 싶지만
예쁜 아이 착한 녀석
새 친구로 맞이하는
아들딸 결혼식장에서나
그냥 그렇게 또 만나겠지
이제 언젠가
푸르른 하늘 노을빛으로 물들고
저녁별이 눈시울에 흐려지면
영안실 사진틀 속에
홀로 남아서
자주자주 만나자고
헛약속한 친구들
그냥 물끄러미 바라보겠지
다시는 못 만날 그리운 친구야
죽음이 꼭 이별만이랴
이별이 꼭 죽음만이랴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는 것의 한 의미를 담담하게 노래한 시다.
젊었을때는 친구들과 자주 만나 시끌벅적하게 놀기도 했다.
<삼겹살 곱창 갈매깃살 제비추/두꺼비 오비 크라운/아리랑
개나리 장미 라일락>은 삶의 활기를 뜻하는 제유가 된다. 이제
나이가 들어 그런 활기를 잃었다. 아들 딸 결혼식 장이나 문상
간 영안실에서 덤덤하게 친구들을 만날 뿐이다. 자주 만나자라
는 인사도 헛말인 줄 서로가 다 안다. 그 쓸쓸함을 이 시는 평
범한 진술 속에 잘 담아내고 있다. 이제 세월이 또 더 흐르면
죽음으로 만나게 될 것 까지 화자는 생각한다.그렇지만 옛정에
대한 그리움은 변함이 없다.
그 마음이 마지막 두 행에서 울려온다.
<해설/이남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