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영(1945~) '노루귀꽃' 전문
어떻게 여기 와 피어 있느냐
산을 지나 들을 지나
이 후미진 골짜기에,
바람도 흔들기엔 너무 작아
햇볕도 내리쬐기엔 너무 연약해
그냥 지나가는
이 후미진 골짜기에,
지친 걸음걸음 멈추어 서서
더는 떠돌지 말라고
내 눈에 놀란듯 피어난 꽃아
이 시 덕분에 노루귀꽃을 공부할 수 있었고 아름답고 작은 색깔의 꽃 사진도 몇개 유심히 볼 수 있었다. 후미진 골짜기의 음습함과 노루귀꽃의 아련함이 비교되면서 어둡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착한 사람의 침묵도 보이는 듯하다. 더는 떠돌지 말라고 하는 시인의 호소가 문득 귀하게 들린다. 노루귀꽃의 꽃말은 인내.
마종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