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태(1949~) '감꽃' 전문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 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이제는 감꽃이 피어도 아무도 그 떫은 꽃을 먹지 않는다.
밤새 떨어진 감꽃을 주워다 목걸이를 만들지도 않는다.
감꽃 필 때 올콩 심고 감꽃 질 때 메주콩 심으라는 농부
의 지혜도 옛것이 되어버렸다.오늘도 이라크에서는 소년
들이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있을 것이고,그 뉴스를
보며 누군가 천연덕스럽게 돈을 세고 있을 것이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총소리, 바퀴소리, 시계소리, 벨소리….
이 봄날에 그 소리들 속에서 나는 무엇을 세고 있나.
나희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