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웅(1962~) '십우도' 전문
자동차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를 끌고 가네
길은 멀고 날은 저무는데
돌아보니 첩첩 빌딩이네
빨리 가려다가 더 늦게 가는 자들이여
오토바이를 타고 간 사람이나 비행기를 타고 간 사람이나
모두 오리무중이네
당신도 흰 소를 찾아 나선 적이 있는가. 흰 소가 어디 있을까,
흰 소가 어디 있을까,중얼거리며 세상의 이곳 저곳을 뒤진 적
이 있는가. 사막과 공장, 바다와 산맥을 가리지 않고 헤맨 적
이 있는가. 꽁무니에 기나긴 빌딩의 숲을 달고 허우적대며 힘
들게 늘어선 자동차의 행렬들….길은 멀고 날은 저무는데, 문
득 옆 차선의 운전자가 하품을 한다.하품을 하다 눈이 마주치
자 한 손으로 피곤한 얼굴을 비빈다.핍진한 그 모습이 형제처
럼 사랑스러운데 벗이여,그대 또한 흰 소를 찾으며 한 세상을
보냈겠지…. 욕망과 아집, 이기(利己)의 강물 속에서 첨벙첨벙,
종래는 흰 소의 이름조차 잊었겠지.
곽재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