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석헌
만만릿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고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려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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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석헌(咸錫憲) 선생 약력
1901~1989. 평북 용천 출생. 오산고등보통학교 및 일본 도쿄고등사범학교를 졸업. 1940년 계우회 사건으로 투옥. 1947년 월남, 퀘이커교도로서 각 학교·단체에서 성경강론을 하였다. 1956년 이후 《사상계》에 〈한국기독교에 할말이 있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등의 글을 써서 이승만?박정희 정권을 통렬히 비판하여 투옥되었다. 1970년 《씨알의 소리》를 발간하여 민중계몽운동을 전개했으며, 1970년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저서에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비롯해 종교시집 《수평선 너머》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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