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론(裝飾論) 1 - 홍윤숙
여자가
장식(裝飾)을 하나씩
달아가는 것은
젊음을 하나씩
잃어가는 때문이다
씻은 무우 같다든가
뛰는 생선(生鮮) 같다든가
(陳腐(진부)한 말이지만)
그렇게 젊은 날은
젊음 하나 만도
빛나는 장식(裝飾)이 아니었겠는가
때로 거리를 걷다 보면
쇼우원도우에 비치는
내 초라한 모습에
사뭇 놀란다
어디에
그 빛나는 장식(裝飾)들을
잃고 왔을까
이 피에로 같은 生活의 衣裳(의상)들은
무엇일까
안개같은 피곤(疲困)으로
門을 연다
피하듯 숨어 보는
거리의 꽃집
젊음은 거기에도
만발(滿發)하여 있고
꽃은 그대로가
눈부신 장식(裝飾)이었다
꽃을 더듬는
내 흰 손이
물기 없이 마른
한장의 낙엽(落葉)처럼 쓸쓸해져
돌아와
몰래
진보라 고운
자수정(紫水晶) 반지 하나 끼워
달래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