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영가(秋日靈歌) - 박희진
오늘은 아주 길(吉)하디 길한 날,
구름 한 점 없는 날,
청정한 날이로세.
동쪽의 해와 서쪽의 달이
마주 바라보며 웃는 날이로세.
파아란 하늘 아래
산은 홍록의 자태를 드러내고,
계곡물엔 티 하나 근접을 못하는 날.
사람들이 저마다
거울 속처럼 환히 드러나는
영혼을 서로 비춰보는 날이로세.
아아, 더 없이 아름다운 날이로세.
찬미할진저,찬미할진저.
천지만물이 시간 속에 있으면서
그냥 그대로,
영원의 모습으로 빛나고 있음이여!
해도 오너라, 달도 오너라.
사슴도 거북도 학도 오너라.
대나무도 소나무도 바위도 오너라.
우리 모두 손잡고, 춤추며, 노래하세.
이 좋은 날,
더없이 아름답고, 더없이 화락한,
빛 뿜는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