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 장이지
청록색 돌의 길 위로
장난기 많은 천사는 물 폭탄을 터뜨립니다.
그것은 11월의 수정우(水晶雨)가 되어서는
가로수 노란 상념 몇 잎에 가 맺히고,
그것은 또 카페 창유리에 가 이마를 대고
허브 향이 떠도는 실내를 구경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또 세상에서 울음이 가장 많은
실연한 여자의 방에도 내려서는
낡은 책상을 적시고 제비꽃 꽃잎 같은 편지들을 적시고,
소파에는 물웅덩이를 만들어 놓고
침대보를 축축하게 하고
여자의 울음 위로도 흘러내렸으므로,
슬픔은 씻겨가 치자색 실내등 얼비치는 물기로 남는 것입니다.
"무슨 근심이 있나요?"
"무슨 번뇌가 또 있는가요?"
테디 곰 인형의 눈은 말없이 뿌예지고……,
울음 여왕이 잠든 밤,
졸음에 겨운 천사는 여자의 방에 찾아와
울음 섞인 물기를 훔치고
훈의초(薰衣草) 향초에 불을 밝혔습니다.
천사는 여자의 잠옷에 향기로 어리다가
대형 전광판이 눈부시게 빛나는 야경 위를 날아다니는
여자의 꿈에 나타나서는
여자에게 한 아름 유성 꽃다발을 안겨주었지요.
부드러운 날개를 지닌 천사는
훈의초 향기가 어린 하늘을 여자 곁에서 내내 날아다녔습니다.
여자의 착한 새 애인이 되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