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화인火印 - 정재록
선창가 뒷골목의 동백여인숙 비닐 장판에
800 'C짜리 동백 한 송이 졌던가 보다
보일러의 파이프 자국이 물결치는 노르께한 비닐 바닥에
섬처럼 던져진 까만 점 하나
아까 다방에서 티켓 끊어 차 배달 나가던
핫팬츠의 손목에도 세 개나 찍혀 있던 동백꽃 자국
여인숙의 장판만이 아니라 사람의 살 속으로도
불을 찔러 넣을 수 있다는 증표
불의 도장을 꾹 찔러 넣은 화인火印
불이 심어놓은 뿌리는 깊고 깊다
보온병을 든 손목을 종두자국만하게 파고든 불도
이 막다른 선창까지 뿌리가 한참 깊을 것이다
그 불씨 한 점 가슴에 묻고
이 선창가 후비진 여창에서 너를 생각한다
네 속 깊이 찍혔을 화인을 눈여겨보고 있다
네 몸 속에 숙명처럼 떠 있을 섬 하나를
이 허름한 여인숙 비닐장판에서 본다
불 덴 자국을 증거인멸할 수도 없는 너
그 깊은 뿌리를 더듬어 너에게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