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허물을 벗는다 - 위선환
신열이라고, 중상으로 뼈와 살 틈이 바짝 말라 틈 벌어졌고
맞물려 있던 몸의 마디들이 헐거워졌다. 라고 말한다
몸이 헐거워진 다음에는 몸집과 몸뚱이가 따로 놀것이다
허물 벗는 철이 온다. 라고 말하고
어느 날은. 모난 뱀의 주둥이가 맨 먼저
제 허물을 찢고 주둥이 밖으로 튀어나오듯
말라붙은 나의 이마와 광대뼈와 턱뼈가 맨머리를
찢고 뛰어 나올 것이다. 라고 말한다
기며 길들며 매끄럽게 닳은 뱀의 속도가 제 전신을
길이로 통과하듯. 그렇게 뱀은 허물을 벗듯
나의 몸집으로도
멍들며 옹이 박히며 완고하게 길든 한 生의 속도가
제 몸뚱이를 밀며 기다랗게 통과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속도가 꼬리를 빼며 빠져나간 마지막 날에는 비늘 몇 점도
떨어져 있는 근처의 바닥을 더듬어보라고
속 빈. 푹 꺼진 허물 한 벌이 거기 누워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