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점 - 안차애
나는 너무 많은 손금을 가졌다.
바람이 물양지꽃과 보라엉겅퀴를 깊이 쓰다듬는 길목에서
가만히 핸들이 흔들리곤 한다.
너의 몸 안에서도 제일 깊은 회오리바람 소리가 나는 지점을 짚어내어
번갈아 귀를 대 보다 출렁, 운명선으로 스며들 듯…….
신갈에서 여주분기점으로 감곡 IC로 다릿재고개 나들목으로
외곽 순환로에서 39번 지방도로로 잔금 진 계곡 길로
핸들을 꺾을 때마다 감정선 부근이 출렁, 먼저 휘어진다.
스며드는 길의 묘미는 절묘한 타이밍에 있다.
큰 길, 큰 금, 큰 이정표들을 미련 없이 제때 버려야
떠도는 우연이 필연이 된다.
난분분한 선들이 제 가닥을 잡고 팽팽히 날아오른다.
또 새 분기점이다.
너의 가장 빽빽한 소용돌이 속으로 출렁,
스며들어야 할 포인트다.
떨리는 유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