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별이 되지 못하거든 - 김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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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이 바람에 내가 품고 있던 산 하나가 넘어지고 있었다
계곡물은 상류로 흘러 오르다 부러진 별자리들을 토해내고
빗살나무들도 시퍼렇게 눈 뜬 채 뿌리를 드러냈다
길 아닌 길을 달려보려 하였으나 그 길이 먼저 일어나 벽을 쳤다
하늘은 없었다
산 중턱에는 당신과 내가 천년을 살았던 동굴이 있었다
안개가 짙은 새벽녘이나 바람 없이 비가 내릴 때면
어디선가 산을 말아 도는 피리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산이 흔들흔들 머리를 들어 일어섰고 새들이 한 줄로 날아올랐다
우린 먹지도 입지도 않고 살았다
여름도 겨울도 미래도 없었다
동굴 속 어둠이 생생하게 살아 있었을 때
손과 발을 찔러 넣어 서로의 갈라졌던 마음을 만졌고 피를 나눴다
그러니까, 우리가 바람처럼 살고 있었을 때
날 선 바람에 끊어져 꼬리를 찾는 뫼비우스의 젖은 띠처럼
동굴 속 어둠이 흘러내려
달아나지 않는 차도 위의 비둘기를 밟기 전까지
2
빠른 속도의 각진 지그재그로 달리는 타르 냄새
스쿠터 뒷자리에 가까스로 매달린 당신은
아무 표정이 없다 떨어져 차도 위에 구르는 당신을 본 시외버스가
급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아무 표정이 없다 아무 표정도 없이
그대로 내달리는 지그재그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