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귓속은 겨울 - 남궁선
전나무 숲엔 하얀 꼬리의 여우들이
알전구처럼 빛난다 눈이 내리고 있구나
나는 까치발을 들고 창밖을 바라본다
다정한 밤의 풍경
검은 손의 너는 내 어깨 위로 기어오르고
가느다란 팔로 목을 감싼다
우리는 한 번의 겨울도 가져 본 적이 없지, 검은손거미원숭이야
눈밭 위에 맨발로 꽃잎을 그려 넣을 때
나는 한 자리에서 뱅글뱅글 돌아야겠구나
발가락에 닿는 차갑다는 그 감촉은 어떤 느낌일까
발꿈치를 내리고 침대로 돌아와
모서리에 웅크리고 앉는다
나는 투명하고 뾰족한 얼음조각에 스며드는
어떤 열기에 대해 상상한다, 검은손거미원숭이야
내 목을 감싸고 있는 날카로운 손톱을 조금 더 눌러준다면
아주 붉은 것이 부드럽고
따뜻한 퐁듀처럼 흘러내릴 텐데
하얀 꼬리의 여우들은 볼 수 있을까, 내 방 가득 차오르는 눈물의 깊이
얼음가시에 찔려 빨갛게 터지고 싶은 내 두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