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사과 - 최금진
밤에 장막을 열고 나는 교회로 숨어들었다
네가 나의 계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낫처럼 휘어진 초승달이 나를 겨누고 있었다
교회문을 열면 삐걱, 안에서 누군가 나를 맞아들이는 소리
이빨 빠진 종지기 노인이 외눈을 흘끔거리며 웃었다
장막 뒤에 기다리는 황소의 혓바닥 같은 어둠이
나를 핥아 놓으면 그제야 정신이 들어 나는
품 안에 숨겨온 청사과를 꺼내들었다
사과나무 한 그루가 들어 있는 청사과
사과나무 숲이 들어 있는 청사과
너는 나의 사과나무 숲
그러나 너랑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혔다
나는 따끔거리는 성기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파랗게 불꽃이 일면서 연소하는 초승달
나는 나무 십자가에 가만히 나를 매달아 보았다
가지고 온 청사과를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나는 울었다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니라, 사랑이니라
별들이 머리 위에서 파리 떼처럼 날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