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도 - 이종성
바다가 말한다.
쌓아두고 살지 마라.
지금이 그때다.
거치적거리는 것들 싹- 치우고 살아라.
망망대해, 너도 열려야 한다.
한번은 너도 포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너도 성시를 이루는 날이 있고,
정박한 배들 저리 고요히 잠들 수 있다.
바다가 말한다.
멀리 나가봐야 돌아올 줄을 안다.
내 안에 쌓이는 것들 갖다 버리러
하루에 한 번은 나도 멀리 나갔다 온다.
내 울음도 그때 버리고 온다.
이따금씩 폭풍우 치며 바다가 우는 것은
버리고 온 내 울음이 울기 때문이다.
내게도 불면의 밤이 있는 까닭이다.
바다가 말한다.
섬들은 내가 꾸는 꿈이다.
멀리 온 자는 모두가 섬이 된다.
오늘은 너도 섬이다.
오랫동안 나는 너를 꿈꿔 왔다.
개펄의 수만 물결 그것이 나의 걸음이다.
밤마다 네게 다녀간 흔적이다.
나는 너로 하여 오래 전에 섬이 되었다.
바다는 말한다.
섬들은 아무도 바다를 나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