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카프로 가는 길 - 김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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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을 그대 생각만 했습니다. 그대는 북극의 극지방에서 하얀 밤을 지새우면서 살고 계시겠지요.
오늘은 그 곳, 노르카프에 갑니다. 북위 71도 10초의 북쪽 끝마을에서 당신이 밤 새워 생각했던 오
지에서의 생각들에 내 생각이 멈췄습니다. 관광객이 많다고 하지만 아무나 갈 수 없는 오지의 마
을임은 틀림없습니다. 오지의 밤이 오지 않는 그곳에서 낮의 일들만이 있는 그곳에서, 당신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이 세상의 끝을 보았을까요? 아니면 사람들이 견디어 내는 극한의 생을 보
앗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노르카프에 가기 위해 서두르고 있습니다. 나보다 당신을 먼저 만나기
위해서 인지도 모릅니다. 나도 서둘러 떠나야 하겠습니다.
2
항상 대낮인 곳에서 이제는 늘 어두움이 있는 곳에 대해서도 궁금해졌습니다. 당신은 어두운 곳에
는 가지 말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렇지만 늘 눈으로 보는 세상만을 탐지하는 저는 어두움이 주는
세상에 대해서도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 제 생각은 두려움으로 가
득 찼습니다. 그곳에서 제가 만나는 것들은 대부분 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어두움에 길이
들어 있었고, 나보다는 훨씬 익숙하게 어두움을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개척하지 못한 곳은
오지가 아니라 어두움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3
돌이켜 보면, 당신의 말씀이 옳다는 것을 압니다. 위대한 당신의 경지가 나를 비웃으며 그 길을 따
라 오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나는 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이 겪는 밝음과 어
두움을 알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말씀은 빛 가운데 있었고 나는 이도저도 아닌 중간에서 선택을
해야 하였습니다. 당신은 어두움을 경계하라 하셨고 어두움을 멀리하라고 하십니다. 미물들이 그
들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살아가는 세계는 무시되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어두움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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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엉뚱하게도 당신의 말씀을 오해하지 않았는지 다시 생각합니다. 나는 그다지 명석하지 못하
므로 당신의 말씀을 잘못 알고 있었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당신의 말씀은 세상의 어두움을 어
두운 것 자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비유와 상징인 것을 간과하였습니다. 세상의 어두움은 빛이
비춰지지 않는 곳이기도 하지만 악을 의미하는 것이란 사실입니다. 악을 어두움이라 칭하시고 그
어두움에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것인데 빛이 없는 어두움과만 동일시하여 혼돈을 자초하였습니다.
5
그러나 당신이 백야의 마을에 가신 이유는 어둠의 동굴에 간 저와는 상반되는 것임에는 틀림없습
니다. 위대한 당신은 백야에 매료되었고, 미물인 저는 어두움이 궁금했던 것입니다. 어두움은 처
절하고 슬픈 공간입니다. 자신을 어두움에 내맡기고 그곳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지 못
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두움의 나락에 떨어져 몇 번을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럴 때 마다 빛을 떠나온 것을 후회하였습니다만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어떠한 어려움
이 있더라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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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움에도 빛이 있다는 사실도 하나의 진리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두움이 어두움만이 아니라
는 것은 의미있는 발견이었습니다. 어두움에 속하여 있으면서 나 역시 하나의 미물이란 사실도 깨
닫게 되었습니다. 어두우면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기도 하지만 악한 생각도 합니다. 아무도 보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숨기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이지요.
7.
이제야 알았습니다. 밝음도 어두움도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을요. 밝은 마음을 가지고 있
다면 아무리 어두움에 가더라도 빛 가운데 있는 것이고, 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 빛 가
운데 있더라도 어두움에 속한 것이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