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잘 타고 났어 - 강미영
형광등 불빛이 새파랬는지 유독 서글펐는지
향을 피우고 술을 따르고
엄마와 둘이서 제사를 지냈지
"너는 소띠가 아니고 호랑이란다"
숭늉그릇에 숟가락을 담그고
환하게 켜놓은 지방을 태웠을 때
엄마는 남의 말 하듯
내 태몽이야기를 했더랬는데
그때 창문을 열었을까
여자가 호랑이 띠면 팔자가 세다고 그래도 너는
시를 잘 타고 났어, 시를 잘 타고 났다며
엄마는 엄마의 방법으로
삶을 굴비 엮듯 끼우며 살았다는데
아무런 말없이 탕국에 말아먹는
서른 넘어서야 들은 태몽이야기
그래, 나는
시를 잘 타고 났어 시시비비 시 속에서
팔자 센 년도 시만 잘 타고 나면
삼백 예순 개의 뼈마디에서 꽃잎 날릴거야
달뜨고 해 떠오르면
길 잃지 않고 집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누군가의 방속에서 입성이 거해지지 않을까
시 속에서 일찌감치 시를 잃어버린
시로 읽을
한없이 남겨질 시를 그리며
오늘도 시를 찾는 것 아니겠어
시시비비 세상 속에서 시를 잘 타고
난 그 시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