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여자 - 박해람
둥글게 파낸 나무 속에는 축축한 여름이 가득했어.
나무는 제 속을 넓혀 그 속 가득 털도 안 난 딱따구리새끼들을 키웠지.
아직 날개와 털에 힘이 붙지 않은 새끼들은 새가 아니어서 새새새엿던가 그런 소리를 냈어
뒤늦은 푸른 것들이 돋아나고
자주 신 풋것들을 먹어대는 것으로 짐작했지
불러지는 배가 아니라
그 속으로 넓어지는 배를 잘 모르는 이도 있었을 거야
초경의 붉은 빛이
몸 안을 환하게 비추던 오래 전 여름에서부터
나무는 속으로 그 둥근 집을 키웠던 거야
그 속으로 비밀이 스며든 거지
그 빵빵한 비밀은 쉿쉿쉿 소리를 냈던가 그랬어.
나무 여자는 바람의 길을 휘청거리며 걸어서 왔어
바람에 흔들리는 길을 천천히
속을 비워냈는데도
오히려 속은 더 무거웠지
며칠이 지나도 어미 새는 날아오지 않았어.
처음에는 새새새 소리가 나던 어린것들이 마지막에는 그 소리 마저 다 먹어치우고는 조용해 졌지.
그리고 나무 여자는 텅 빈 둥근 집에 들어가 낮잠을 자기도 하고 소문은 점점 헛배처럼 빵빵해 졌대
속으로 넓어지던 둥근 배를 가진 그 나무여자
한 때 딱따구리가 살던 그 나뭇가지에 걸려
지금도 작은 바람만 불어도 휘청 거린데.
웅웅거리는 울음소리 비슷한 걸 내면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