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하에 와서 울다 - 이승하
우리 낯빛 같다 이강
황해만큼 누리끼리한 항하恒河*
이 강에 이르러 그대도 하염없이 울었던가
발원지가 저 멀리 히말라야산맥의 남쪽 어느 기슭이라는데
그대와 나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한 개의 정자와 한 개의 난자
한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
언젠가는 합수하여 바다에 이르는지
그럼 함께 큰 하나를 이루게 되는 것인지
이곳까지 와보았던가 학승 혜초여
그때도 강가에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지 새끼의, 지 어미의 시체를 태우고 있던가
땔나무를 못 구해 썩어가는 시체에서 풍기는 악취
구역질을 일으키는데
시체에서 흘러내리는 시커먼 추깃물
항하에 흘러들어 정화수 되게 했는지 생명수 되게 했는지
이 물 마시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대 그때 여기 와서 항하 물 마셔보았겠지
물 속에 들어있는 온갖 썩은 것들이
그대 마음 정화시켰으리 그대 몸 장수케 했으리
나 이 강에서 죄업 씻듯 몸 씻고 싶었지만
더럽다는 생각이 석고상 되게 해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스무 살의 혜초여
항시 그런 이 강가에 와서 무엇을 생각했는가
목숨이란 결국 양수에 담겨 있다가 추깃물로 바뀌는 것
빗방울 같은 낱낱의 목숨들 모여 강을 이루고
흐르고 흘러 가장 큰 무덤인 바다로 휩쓸려 들어가는 것
강으로 예배하러 가던 이들
무소나 호랑이들한테 해코지를 당하기도 했던 것처럼
우리 등판 같다 이강
시간인 양 침묵하며 흐르는 항하
이 강에 이르러 그대도 하염없이 울었으리
* 갠지스 강의 한역명. 아래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에서 항하가 나오는 부분.
"이 탑의 서쪽에 강 하나가 있는데 이라발저伊羅鉢底(아이라바티Airavati)강이라고 한다.
이 강은 남쪽으로 이천 리를 흘러 항하로 들어간다. 이 탑의 사방 먼 곳까지도 사람이 살지 않으며
숲은 이천 리를 흘러 항하로 들어간다. 이 탑의 사방 먼 곳가지도 사람이 살지 않으며 숲은 여지없이 거칠어졌다.
그래서 거기로 예배하러 가는 자는 무소나 호랑이에게 해를 입기도 한다.
- 정수일 역주,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도서출판 학고재, 2004, 129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