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 이귀영
내 얼굴은 변방이다
유행을 입은 아이들은 배꼽티를 입고
중심 깊이를 보이고 있다
나의 중심은 정면에서 봐도 측면에서 봐도 비뚤한 몸
온몸 뼈가 휘어졌다
모딜리아니의 잔느처럼 갸우뚱한 얼굴
사물을 볼 때 생긴 이 슬픈 15도 각도는
너를 만났을 때부터 나를 중심으로부터 밀쳐놓은 것
중심이 움직여 꽃바람에 가고 비바람에 간다
중심이 없으니 무엇이나 중심
밥이 중심이고 글자가 중심이고 척추는 신발이 중심이다
입술이 중심이고 용천(涌泉)이 중심이기도 하다
빈 지갑이 뇌리의 중심이고 진동 없는 핸드폰이 마음의 중심이고
보이지 않는 네가 중심이고 너를 기다리는
식은 커피가 불은 라면이 중심이기도 하다
라벨의 볼레로가 여름을 태우는 중심이고
땅 깊은 겨울은 민들레의 중심이다
아이가 세상의 중심이고 울음은 삶의 중심이고
장미는 가시가 중심이다
눈동자가 없는 눈은 영혼이 중심이듯
변두리에서 맴도는 너는 나의 중심
가장자리인 너 나는 변두리가 편하다 벽이 가까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