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어두운 저편 - 남진우
달은 모래로 뒤덮혀 있어
바람이 불면 모래 쓸리는 소리가 나지
모래바람 속으로 걸어가 누워봐
부우연 달빛 속 둥그렇게 떠오르는 모래 무덤들이 보이지
여기저기 흩어진 모래무덤에서
희디흰 뼈들이 빛을 뿜어내고 있어
죽어가는 자가 뿜어내는 빛이 지상에 가득차
세상을 더욱 적막하게 가라앉히고 있어
사방에서 모래가 흘러내려
발등을 덮고 가슴을 덮고 내 온몸을 덮고
아, 나 또한 서서히 모래무덤이 되어가는 걸까
밤새 발이 푹푹 빠지는 달 속을 헤매다 돌아오면
옷깃에서도 모래알에서도 모래알이 툭툭 떨어져 내리지
달은 모래로 뒤덮혀 있어
아무도 가보지 못한 달의 어두운 저편
거기 내가 누울 자리를 기다리고 있어
바람이 불면 내 몸에서 씻겨져 나온 모래알들이
부우연 달빛 속에서 하염없이 흩날리지
허공을 떠다니는 모래무덤에서 한 방울
눈물이 떨어져 내려도
이내 막막한 허공 어디선가 말라붙어버리지
아무도 없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다만 차가운 어둠 속에서 우리 모두 이렇게
죽어가는 거야
달의 어두운 저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