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이가 있는 강 - 임찬일
강가에서 나는 또 어지러웠다.
포플러 나무로 둘러싸인 큰집 누이의 빈혈처럼
물살 위로 날던 한낮의 도깨비불
들깨풀 자주빛으로
산국화 주황색으로
강물에 몸을 풀던 누이 같은 해
저물어 가는 포전에서
누이의 허벅지처럼 희고 긴 무를 뽑아
손아귀로 비틀어 내어 남몰래
감추듯이 강물에다 내던지면
시퍼렇게 입술을 물고 쳐다보던
강의 눈빛
허기를 타고 올라오는 무트림에
내 가난한 시절은 진저리쳤다.
늙은 갈대꽃이 우우 소리내어 우는
강의 등줄기를 타고 헐떡거리며
통통통 올라오는 멸치젓배
누이는 석양의 그림자 속으로 걸어 나와
몰래몰래 개짐을 빨았다
강물에 풀린 노을은 갈수록 붉어지고
나는 또 그 풍경에 휩싸이며
이마에서 반짝이는 현기증을 앓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