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일기 - 김추인
-inside or outside-
줄이 보인다
줄 앞에 또는 뒤에 서면
나도 줄이 된다
식당에서 전철에서 개봉관 앞에서
좀 쑥스럽지만
줄 바깥에 서는 바보는 없다
근무실 안에서도 줄은 암암리에 자라
조금씩 눈금을 올리는 의자의 높이에 따라
생애의 삶을 매달아둔 가장의 심줄도 보인다
늘 의자는 모자라고 줄은 길다
줄은 선명하다가 흐려지다가 지워지기도 하며 아예
이승을 내려서게도 한다
없는 것도 많던 60년대 저물녁이던가 자취방에선 새벽마다
붉은 빨래가 널리고
신림극장 뒤 천변가 공중변소
긴 밤을 찾아낸 변소 없는 사람들의 아침이 있었다
신문지 한 장씩이 들린 똥줄, 그 소름끼치는 줄에
붙들릴까 종종걸음 치던, 무섭기도 했지
그때 이후 줄 바깥에 서기로 했다
금 밖에 서는 쓸쓸함도 되풀이되면 편안해지는 것
레닌그라드에선 빵줄이 소말리아에선 급식줄이
대한극장에서 시작된 <쉰들러 리스트> 그 긴 타자소리가
지금도 내 뇌리 속을 줄짓고 따라올 때가 있다
나, 어느 리스트에 올라
지금 밥줄 앞에 서서 편안한 것인가? 아닌가?
노상 열외의 바깥이노라고 큰소리치던 입 하나를 위해
구내식당 밥줄에 서서 또 불안하다
<찬이 떨어져 식사를 못 드립니다>
팻말이 아직 내걸리지 않았다
당분간 사람들은 줄 속에서 안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