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호(懸弧) - 강윤순
바다의 아침은 창창하단다
이곳에 서면 다리는 봄풀처럼 물이 오르지
뱃머리 왼쪽에 활을 붙이고 너를 맞는다
어느 해안을 돌아 너는 이제야 이곳에 들었느냐
물결아 파고를 드높여라
해풍아 파도를 안고 오대양을 누벼라
섬이 돌아 앉아 고요가 배회 하는 사이
다른 배는 해를 향해 돛을 올리고
달 앞에 만선의 뱃고동을 울리며 닻을 내렸지
키 높인 모래와 건들거리는 갯바람 뒤에서
토막 난 생선처럼 팔딱거리던 불안들
지친 제 풀이 파랑주의보를 펄럭이나
너울이 포말을 몰고 벼랑 끝으로 몰려오나
해신은 그늘을 늘려 어둠의 발목을 잡고
그 어둠을 어쩌지 못한 여명은 뒷머리만 긁적였지
해면에 부표가 되지 못한 것은 파도가 아니라 나였구나
두렵다는 것은 불을 밝히는 일
뒤꿈치를 치켜들고 횃불을 높이 올린다
뽑아 올렸던 목을 수평선에 맞추고
비로소 눈을 뜨고 아침을 맞는다
내 등가죽으로 만든 북을 너에게 보낸다
아가야! 싱싱한 두 팔로 있는 힘껏 북을 울리렴
바다가 일어서도록, 아침이 퍼렇게 멍이 들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