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감자 비린내처럼 강하다 - 이선영
유감스럽게도 나는
단단한 호두껍데기가 못된다
비록 호되게 깨지는 순간이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혼자 실없이 터져버리는 무른 연시다
껍질이 갈라지고 그 틈으로 비죽비죽 속살이 터져나온 형편없는 내 모습을 상상해보라
나는 총알 같은 고추씨를 입안에 꾹 물고 있는 매운 고추가 되고 싶다
그런데 이 물러터진 감인 내가 붉고 딴딴한 단감으로 변하는 신통한 때가 있다
생각이 미혹의 꽃을 들고 나를 찾아오는 때다
생각은 감자 비린내처럼 강하다
생각은 나를 하나로 모은다
하나의 꼭지점으로 몰려드는 몇 개의 부챗살이나 바퀴살
볼록렌즈 안으로 달려들어 종이를 태우고야 마는 햇빛 줄기들처럼
내가 생각하는 동안은, 참으로 조심스런 손길이 아니라면,
내 팽팽히 당겨진 생각의 현을 함부로 튕기지 말아라
그대로 성난 화살이 되어 날아갈지 모르니
나는 시커멓게 솟아오르는 굴뚝연기가 되고
붉으락푸르락 낯빛을 바꾸며 타오르는 불꽃이 된다
나에게 잘못 손대면 이 뜨거움에 손이 데일 것이다
새파랗게 날선 생각이 섞여 들어온 피들을 속속들이 뒤져 뽑아낸다
그 많은 피들만으로도 생각은 한 볏단이다
잠조차 생각으로 잔뜩 불그레한 나를 곤히 재우지 못한다
생각하는 나는
생각하지 않는 나보다
강하다
무섭다
겁 없이 앞서 나간다
나의 생각은
비릿한 감자 내음처럼 강하다 온통
네 생각뿐인
나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