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설화(說話) - 이광석
내 죽어 땅에 돌아가는 날은
흰눈이 펄펄 내렸으면 좋겠다.
쏟아지는 눈발은
생애의 빈 가지끝에 남기고.
꿈결처럼 잠든 겨울나무들처럼
그렇게, 이승의 강을 건너갔으면 좋겠다.
외짝 지어미
어깨 너머로 흩날리는
무상한 인연의 머리카락을 기억하며
한 마디 아무 말도 남길 수 없는
순수한 죽음으로 돌아서고 싶다.
죽음은 언제나
저 먼 겨울자락을 돌아오는
영혼의 흰 눈발 같은 것.
한 송이 두 송이 대지에 눈이 내리듯
그렇게 이승에 내리는
길들여진 운명의 눈빛…
그 선연한 빛 속에 뿌려지는
나도 한 송이 흰눈 같은
뉘우침 없는 죽음을 용서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