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투성이 혼의 기도 - 김정란
내 젊음은 까칠까칠했습니다. 언제나 석양빛이 내 삶의 창틀에 어깨를 기대고,
이따금 핏발선 눈으로, 어떤 규정되지 않는 사악한 힘으로 나의 혼을 바라보았
습니다. 그때 나의 방안에서 이유없는 적의의 불이 붙고, 그것은 순수의 이름
으로 나를 매혹했습니다.
오랫동안 웅크려 있던 그 방안에서 걸어나와 거리로 나섰을 때, 나는 내가 숭숭
구멍뚫린 비루한 영혼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적의가, 그 휘황한 매혹이
나를 오랫동안 갉아먹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시간이 바람처럼 우리의 남루한 삶을 흔들며 지나가고
그것은 딱 한번만 허용된 우리 삶의 모든것을 쥐고 흔들었습니다.
삶의 용렬한 個個의 구체성은 그것의 추상성에게 부대꼈습니다.
그러나 나는 시간에 떠밀려 가면서도,행위의 어떤 행복한 꽃핌을 꿈꾸었습니다.
나는 나의 행위에게 다가가"얘야,나는 네가 되고 싶어.너는 흰옷 입은 천사처럼
당당하고 자유로워야 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꽃은 언제나 지고,마음속에는 그들의 시들은 꽃잎사귀가 비오는 날 마음의
모든 문들을 허무의 바람으로 열고, 흩날립니다
그들의 파리한 그림자가 나를 병들게 했습니다.나는 도망가고 싶었어요.오 하느님,
나는 부끄러운 나의 모든 행위들을 목졸라 죽이고 싶었어요.존재의 어설픔과 행위의
서투름으로부터 도망칠 수만 있다면,당장이라도 죽어 버리고 싶었어요.마치 내 모든
행위가 나에게서 빠져나간 것이 아닌 것처럼.
밤이 왔습니다. 그것이 나의 존재를 절망의 힘으로 패대기쳤습니다. 오히려 상쾌
하기도 했습니다. 자학의 확실한 쾌감이었을테지요.내 몫의 業으로 내 몫의 절망을
내가 감당한다는 그런 오만이었겠지요.그러나 나는 압니다.그것은 허위이며 우리는
존재에 관해 아무 몫도 가진 바 없다는 것을.존재의 어두움 안에서 우리가 구할 수
있는 것은 은총 뿐이라는 것을.그 깜 깜 한 어두움 속에서 놀랍게도 잘 보이던 별이
그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요, 사랑하는 하느님
나는 오랫동안 소리내어 울었습니다.진실로 하느님,당신에게 들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萬有를 찾아가 깃드신다 하더라도, 나는 내 편에서 먼저 당신을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나의 儀式입니다.
나는 잠들고, 봄비 내리고, 사물들은 웃음소리를 내며 제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있는 곳에 있는 것들이 그들만의 언어로 메세지를 보냅니다. 하느님, 내 귀가 밝아
지며, 눈이 밝아져, 그 비의(秘意)에 이르고 감히 원컨대 내가 그 즐거움의 노래를
알아듣기를.
내 혼은 비루하며 구멍투성이입니다.그 구멍들로부터 바람이 일어납니다.움직이는
모든것들이 다른 것들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것. 확신에 이르려는
내 이성의 오만한 熱望을 흔드는 바람. 결핍을 통하여 존재가 존재들을 부른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바람.나를 이끌어올리는 모든 것들이 정작 내 깊은 바닥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부끄러워 그것들을 버리려는 나의 눈길을 뒤흔들어 다시 돌아서게하는, 소용돌이의 바람. 안으로 돌아가며 바깥으로 나가는 바람.
하느님,그렇더라도 우리에게 나날의 삶을 주시니 그것들의 지리멸렬함 속에 우리는
남아있습니다. 그 어두움은 가히 완전하여, 그 형태의 다양함으로 우리를 짓누르고
우리가 광명으로 온전할 수 없음으로 절망할 때 "그러면 이쪽은 어때? 이쪽으로는
온전할 수 있지 않아?" 라고 말하며 꼬드깁니다. 그럴 때 그들의 뺨이 사과빛이며,
그들이 수금을 탈 줄 알며,그들의 혼이 참으로 세련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당황합니다.
하느님, 실로 아름다움이란 무엇입니까?
오래 걷게 하소서, 진실로, 내가 내 비루한 영혼 안에서 겸손하게 겸손하게 당신을
배우게 하소서. 아무도 아무것도 버리지 말게 하소서. 사랑하고 사랑하여 스스로
행위의 주인이 되게 하소서.어두울수록 빛나는 별을 누리게 하소서.내 구멍 투성이
혼을 채워주소서. 결핍의 소산인 바람을 기꺼이 쓰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