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몸속에 라디오가 있다 - 이영애
한 옥타브 오르내릴 때마다 허공이 출렁인다
드르렁 드르렁 중얼 중얼 목젖이 훤히 보이는 길목
호흡이 가팔라지다가 숨이 탁 멎는 순간, 고요
왁자한 세상소리 말문이 막힌 닿소리
꾹꾹 눌러놓았던 말들 밖으로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놀라 일어나 소리의 키를 늘리려고
웅크리고 있던 라디오 툭툭 친다
막대 채널이 흔들리고 고여 있던 말들 줄줄이 쏟아진다
내려앉은 어깨를 하얗게 세우고
푸흐푸흐 들려오는 후렴구
리듬의 한 켠이 기울고 있다
나는 안테나를 쫑긋 세우고 그의 지친 소리를 듣고 있다
몇 어절은 자음이 빠지고
몇 구절은 모음이 없는 소리
헛바퀴만 돌고 도는 고정 채널
바람 부는 날은 파열음으로
때론 무리무리 풀죽은 소리로
늘었다 줄었다 예민해진 신경줄
나는 좌우로 굽어있던 주파수를 맞춰놓고
골똘해진 그의 생을 새기느라 온몸이 뻐근한 밤이다
2009『열린시학』으로 등단
정숙자 시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