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너머의 삶 - 장이지
그는 보잘것없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소매 끝이 닳은 양복이 한 벌 있을 따름이다.
그 양복을 입고 딸아이의 혼인식을 치른 사람이다.
그는 평생 개미처럼 일했으며
비좁은 임대 아파트로 남은 사람이다.
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보는 굽은 등
투박한 손을 들키는 사람이다.
그는 그 거대한 손으로만 말을 할 줄 알았다.
언젠가 그가 소중하게 내민 손 안에는
산새 둥지에서 막 꺼내온 헐벗은 새끼 새가
눈도 뜨지 못한 채 새근대고 있었다.
푸른 숨을 쉬고 있었다.
그때 어두움의 음습한 숲에서
홀로 빛나던 새는 지금 어느 하늘을 꿰뚫고 있을까.
그의 손에 이끌리어 가 보았던 하늘
구름 바람 태양 투명한 새.
그는 그런 것밖에 보여줄 줄 모르던 사람이다.
그의 내민 손 안의 시간.
그의 손에서 우리는 더 무엇을 읽으려는가.
그는 손으로 말했지만
우리는 진짜 그를 한 번도 보지는 못했다.
그는 보잘것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그가 내민 손에 있지 않았다.
어깨 너머에 있었다.
닳아빠진 양복을 입고 선술집에 앉아
그는 술잔을 앞에 둔 채 어깨 너머에서 묵묵했다.
그 초라한 어깨 너머를 보고 싶은데
차마 볼 수 없는, 엄두가 나지 않는
그는 어깨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