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기억한다 - 김수우
얼마나 오래 기억하는가
내 몸 속 백혈구들은
고등어 한 토막에 일으켰던 네 살 적 알레르기를
꽃밥 짓다 사금파리에 긁힌 손끝 비린내를
마흔 네 개의 봄을 먹고 마흔 네 개의 겨울을 낳은
핏줄, 그 뜨거운 숲을 침입한 비린내에
돌짝 가슴 온통 가렵구나
살아있는가. 견딜 만한가 내 사랑, 다시
누군가, 라는 혁명을 꿈꾸라
제 그림자 다 크도록 흔들리기만한 눈빛들
놓쳐버리거나 놓아버린 이름들
내 몸속 빗살창이 되었으니
표시 없이 기억나는 멍울들
기억 없이 표시 나는 흠집들
마흔 네 그루 포플러를 낳았으니, 그 바람소리에
온 하늘이 지독히 가렵구나
그래, 많이 여위지는 않았는가 내 사랑, 다시
어딘가, 라는 혁명을 꿈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