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소 - 김룡
1.
소牛를 키운다. 아파트 거실에서
밤마다 정육점 갈고리에 매달리는 꿈이라도 꾸는 건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몸서리치는
소牛.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아내가
어린 딸과 마주앉아 햄버그를 먹고 있다.
우―우― 눈(目)으로 우는
소牛.
운동장만한 아파트가 시골외양간보다 불편한지
워워, 틈만 나면 현관문 빠져나가
놀이터며 지하주차장을 갈아엎어 아내 얼굴에 똥칠을 하는
우리 집 소牛는 뿔이 없다.
서울로 끌려오면서 팔아치운 고향집과 손바닥만한 논밭뙈기 그리운 날이면
맥도널드 체인점 앞에 모락모락 소똥이나 퍼질러놓는다.
그때마다 난리가 난다.
어이구, 못살아 내가 못살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버님, 제발 집안에 편히 계세요.
아내에게 사랑받는 우리 집 소牛는 음매음매
자주 아프지만 그나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등골이 빠질 만큼 실컷 부려먹었으니
당장 도살장으로 끌고 가야 하지만 아내는
애완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2.
아버지 참 눈치도 없다.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아내가 헬스클럽에서 돌아왔는지 모르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거실 소파에까지 소똥을 퍼질러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