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서 보낸 한철 - 정해종
바다에 나포된 조그만 땅덩어리
내가 어쩌다 그 섬에 들어서게 되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우연에 지나지 않는 일이었을 것이다
난감한 일은 우연히 발생하므로
더욱 난감하다
그냥 섬이라 불릴 뿐, 달리 이름도 없는 섬
그 섬의 모든 길은 바다에 닿아 있다
바다의 초병인 물새들이
공중을 선회하며 그 길들을 지키고
바다는 때때로 안개를 피워올려
순식간에 모든 길을 숨긴다
물새들은 모르겠지만
모르는 척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몇 번인가 물새들의 감시를 피해
몸을 낮춰 도망을 치려다
바다에 들킨 적이 있다
얼마나 막막했던지
차라리 몸 던지고 싶었던 심정을
물새들은 모를 것이다
끝이 안 보이는 것들의 두려움을
물새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어떻게 그 섬을 빠져 나오게 되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어둠을 이용했을 것이다
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앞에서
절대의 고독으로 보낸 한 철
그 피치못할 절망이
어쩐지 내 최초의 경험인 듯 하고
그 섬이 고향인 듯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