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네 집 - 황성희
일렁이는 수면 위로 밤하늘이 비친다.
헤드라이트를 켠 자동차가 다가온다.
놀란 그림자들이 몸 밖을 뛰쳐나간다.
물고기 한 마리가 도시락을 들고 종종걸음 칠 때의 풍경이다.
집들은 눈을 감은 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아무 질문도 하지 못한 지 수천 년.
아무 대답도 듣지 못한 지 수천 년.
헤엄을 치는 물고기는 자신이 물고기임을 의심치 않는다.
회색의 뻣뻣한 전봇대를 끼고 돈다.
교묘한 속임수처럼 전선이 뻗어 있다.
수면 위로 어머니가 몸을 수그리신다.
담벼락에 바짝 붙어 숨을 죽인다.
비늘을 떼어줄 테니 그만 물 밖으로 나오너라.
놀란 물고기는 아가미를 벌렁거린다.
아직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집은
오늘도 멀기만 한데
물고기는 매일 밤 집으로 돌아가고
시계 속에는 시계 바늘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