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스탄 처녀의 방 - 정복여
내 낙타 이름은 까므라*
혼자 사는 등뼈가 이제 간신히 여물었다고
착하게 나를 업고 사막을 간다
목덜미 솜털이 구름으로 일고
잠깐씩 돌아보는 눈매가 영락없이 호수다
젖은 눈가에는 길다랗고 숱이 많은 생각들
내가 오른쪽으로 고삐를 당기면
물거울이 철렁 방울소릴 낸다
세상 울음을 모두 담아 둔 듯
그 소리에 사막이 움푹움푹 젖는다
낙타의 발, 자, 국,
가고 싶은 데로 이리저리 고삐를 당긴다
언제부턴지 나는 낙타의 주인
그러나 내 발자국은 없다
인가에서 멀어질수록 나는 더욱 없다
낙타가 가다가 가시먹풀을 보고
방향을 바꾼다
칼잎에 베인 입을 쓰윽 닦으면
하늘로 번지는 찌릿한 기도
바람이 휘이익 불어 낙타의 발자국도 가고
이제 나도 낙타도 없다
안장처럼 얹힌 밤이 있을 뿐
사막 어디쯤 날 떨군
그런 모래 사나이만 있을 뿐
*까므라 : 힌두어로 '방'이라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