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 - 이장욱
당신에게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해줄게. 아주 오래된 이야기
속의 당신. 하지만 당신 속의 아주 오래된 이야기. 이야기는 힘
겨워서 밤눈 내리는 월계동 언덕길은 아득하던 그 이상한 겨울.
겨울의 길섶 어딘가 나는 이 곳에 있고 당신은 그곳에 있으며 그
곳과 이곳 사이가 자욱해서 두 그루 전신주로만 위태롭던 산동네.
두 그루 전신주는 아름답고 밤눈은 내리고 녹슨 제 땅에서 제
어둠을 파내려 갔으므로 단 한번도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그
오래된 이야기.
당신에게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해줄게. 이야기는 언제나
끝이어서야 시작하는 이상한 나라. 그 나라의 당신. 하지만
당신 속의 아주 오래된 이야기. 겨울의 길섶 어딘가 나는 이
곳에 있고 당신은 그곳에 있으며 그 곳과 이곳 사이가 자욱
해서 두 그루 전신주 같던 이야기. 다시 두 그루 전신주는
아름답고 밤눈은 내리지만 아, 문득 당신이 없고서야 시작
할 수 있는 아주 오래된 이야기. 이야기는 문득 끝이어서야
시작할 수 있는 이상한 나라. 당신에게 이제 아주 오래된
이야기를 해줄게.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