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깊은 집 - 이선이
小寒 지날 무렵, 강원도 산골 폭설에 갇혀 보았지요
마당 안에 무덤을 들여놓은,
빈집이 된 지 오래인 그 집엔 실팍한 거미집 속 독거미만이
하얗게 으스러지고 있었지요
어릴 적, 우리집 남새밭엔
적산강산 살다 가신 감실할매 봉분이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하고 있었지만
죽어서라도 사람소리 흥성하라고 싸리울타리 기웃이 열면 보
이는 남새밭에 모셨다지만
도대체 어떤 쓸쓸함이 무덤을 마당 안까지 불러들였을까 하고
휘날리는 눈발만 그저 사납게 맞고 서 있었는데요
인적도 마을도 아득할 때, 우리 가슴에 봉긋봉긋 솟구치던 그리
움이란 것들 저리 솟아
그리움에 젖 물리다 무덤과 한 살림 차린 걸까요
썩은 서까래 밑
오소소 잔기침 재우며 죽은 듯 살고 있는
외딴 그 집 지나칠 때
오얏씨처럼 말라붙은 가슴에 꽃피는 소리, 젖 도는 소리
저렇게 올망스레 저승살림을 또 차렸구나
내 쓸쓸함까지를 몰고가는 무지막지한 눈바람
등짝을 사정없이 얼리고 말았지요
나도 그 희고 둥근 마당에 하룻밤 묵어가고 싶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