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가르드의 화석 - 함성호
나는 상상함으로써 존재한다
신의 명상에서부터 흔들리는 숲
저 나무의 명상까지
빈 들판은 얼마나 오랫동안
꽃의 만발을 생각해왔던 것일까?
(새는 자신의 몸에 대해 얼마나 골몰했길래
저렇게 공기처럼 가벼운 날개를 가질 수 있었을까?)
물은 둥근 몸에 대해
별은 빛에 대해
데이지꽃은 자신의 중심에 대해
죽음의 의지를 통하지 않고서는
끝내
우리는 이 가설의 체계를 엿볼 수 없으리
이 광기와, 냉혹한 아름다움의 비밀을
이 차가운 공유의 역설을
존재하지 않지만 가득 차있는 이것을
시간은 낡은 깃대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자연에는 예(禮)가 없으니
눈부시게 반짝이는 저 바다의 비늘을 보라
사막이 꾸는 꿈과
바람이 물을 밀어 결을 거스르는 무늬를
나는 너의 가설이다
내가 환하게 핀 한 그루 사과나무의
다섯 장의 꽃잎에 대해 생각할 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