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에 오는 첼로
David Darling의 Dark Wood 로 부터
/박남준
그렇게 저녁이 온다
이상한 푸른빛들이 밀려오는 그 무렵
나무들의 푸른빛은 극에 이르기 시작한다
바로 어둠이 오기 전 너무나도 아득해서 가까운
혹은 먼 겹겹의 산 능선
그 산빛과도 같은 우울한 블루
이제 푸른빛은 더 이상 위안이 아니다
그 저녁 무렵이면 나무들의 숲 보이지 않는
뿌리들의 가지들로부터 울려 나오는 노래가 있다
귀 기울이면 오랜 나무들의 고요한 것들 속에는
텅 비어 울리는 소리가 있다
그때마다 엄습하며 내 무릎을 꺾는 흑백의 시간
이것이 회한이라는 것인지
산다는 것은 이렇게도 흔들리는 것인가
이 완강한 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
나는 길들여졌으므로 그의 상처가 나의 무덤이 되었다
검은 나무에 다가갔다
첼로의 가장 낮고 무거운 현이 가슴을 베었다
텅 비어 있었다
이 상처가 깊다
잠들지 못하는 검은 나무의 숲에
저녁 무렵같은 새벽이 다시 또 밀려오는데
시집<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1941년 미국 태생인 데이비드 달링은 초등학교 음악
선생으로 시작해서 서부 켄터키 대학 지휘자겸 첼로
교수로 근무하기도 했다. '93년에 발표된 Eight String
Religion 앨범의 Minor Blue. 재즈와 클래식, 뉴에이지의
경계 언저리에 서 있는 그의 연주는 한마디로 굉장히
슬프다. 사람을 한없이 침잠시키는 그러면서도 북유럽
쪽의 서정성이 짙게 담겨 있다.
음악을 들어보면 첼로 소리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
이펙트를 먹인 첼로라고 한다. 그가 사용하는 솔리드 바디의
8현 전자 첼로와 이펙트를 건 일반 4현 첼로, 거기에 반복적인
오버 더빙이 어우러져 보여주는 무겁고 우울하지만 그러나
선연한 핏자욱 같은 첼로의 톤은 가히 매혹적이다.
***** 윤영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0-02-23 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