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 - 박상순 (1961~ )
나도 한때는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아침마다 햇살이 내 발목에 고리를 달아
창가에 걸어놓은 작은 화분이었다
너는 오늘도 아름다운 추억
아름다운 노래
약속을 품에 안고
꿈 밖으로 난 길을 따라가지만, 나는
꿈으로 다시 돌아올 너를
빛의 소음(騷音) 속에 영원히 묻어버리는
환몽의 정거장에 선
유령이 된다
예술은 규칙·규율·규범에서 가장 멀리 벗어날 수 있다. 예술의 특성은 일회성이라는 비극적 아우라에 있다. 일회적인 비극적 아우라가 있기 때문에 같은 음악을 다시 듣는 것이다. 같은 회화를 다시 보고, 같은 텍스트를 다시 읽는다. 꿈도 ‘같은 꿈’은 없다는 점에서 예술적이다. 일회적 비극적 아우라의 특성을 갖는다. ‘사랑’ 또한 매 순간, 매번 같을 수 없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마찬가지로 일회적 아우라의 특성을 갖기 때문이다. 꿈 같은 ‘낱말’, 사랑! <박찬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