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마일― 달팽이’ - 이귀영(1949~ )
어떤 일상의 일상
늘 마지막 날 늘 최고의 날 눈이 가는 만큼
누구의 구둣발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순간을 지고 산다.
천년의 무게를 지고 풀잎에 잠깐 풀칼에 잠깐 멈추어 속살로 산다.
한 닢의 지구 뒤에 숨어 쇼생크 감옥 장기수들처럼
나는 결백하다고 말하지 않겠다.
어떤 비오는 날, 어떤 개화, 어떤 눈물, 어떤 만남…
어떤 모든 순간은 이별의 절정
나는 천천히 천천히 속살을 다 끄집어내어
모든 은유를 핥으며 흔적을 지우며 간다.
그린마일은 사형수가 감방에서 사형 집행장까지 걷는 길. 한계상황의 길. 살아있는 것은 모두 그린마일을 걷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길은 죽음으로 통한다. ‘결백’한 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린마일은 결백하지 않은 자들만 선택하지 않는다. ‘모든 순간은 이별의 절정’이라고 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로 시작해서 ‘더 열심히 그 순간을/사랑할 것을’로 끝나는 정현종의 시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과 같은 것은 ‘현재’ 긍정에 대한 요구, 다른 것은 어조(語調). 정현종의 경우는 영탄 및 탄식의 어조. 이귀영의 경우는 담대함의 어조. ‘흔적을 지우며 간다’로 끝내고 있다. <박찬일·시인>
어떤 일상의 일상
늘 마지막 날 늘 최고의 날 눈이 가는 만큼
누구의 구둣발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순간을 지고 산다.
천년의 무게를 지고 풀잎에 잠깐 풀칼에 잠깐 멈추어 속살로 산다.
한 닢의 지구 뒤에 숨어 쇼생크 감옥 장기수들처럼
나는 결백하다고 말하지 않겠다.
어떤 비오는 날, 어떤 개화, 어떤 눈물, 어떤 만남…
어떤 모든 순간은 이별의 절정
나는 천천히 천천히 속살을 다 끄집어내어
모든 은유를 핥으며 흔적을 지우며 간다.
그린마일은 사형수가 감방에서 사형 집행장까지 걷는 길. 한계상황의 길. 살아있는 것은 모두 그린마일을 걷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길은 죽음으로 통한다. ‘결백’한 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린마일은 결백하지 않은 자들만 선택하지 않는다. ‘모든 순간은 이별의 절정’이라고 한 것이 예사롭지 않다. ‘나는 가끔 후회한다’로 시작해서 ‘더 열심히 그 순간을/사랑할 것을’로 끝나는 정현종의 시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과 같은 것은 ‘현재’ 긍정에 대한 요구, 다른 것은 어조(語調). 정현종의 경우는 영탄 및 탄식의 어조. 이귀영의 경우는 담대함의 어조. ‘흔적을 지우며 간다’로 끝내고 있다. <박찬일·시인>